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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PTP 3회. 생태 감각 키우기. 24.6.22. sat. 10-14:00. 본문
post-tree project; 동시대의 친구 나무 새롭게 사귀기
PTP 3회. 생태 감각 키우기. 24.6.22. sat. 10-14:00.
긴개 2024. 9. 21. 17:59
길위의인문학 도움을 받은 제3회
post-tree project
: 생태 감각 키우기
6월 22일 토요일 10시부터 14시까지, 또! 비가 내리는
서울숲을 탐방했다. 팀SS(우소아 작가, 안정민 텃밭지기,
그리고 희영수 글방지기인 나)도 함께!
어김없이 폭우가 내린 탓에 또 서울숲역 안에서
일정을 먼저 안내했다. 바닥 먼지 제거존 때문에
유난히 시끄러운 서울숲역.
예진, 선민, 수은, 메이 님이 오시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들 몫의 간식까지 남김없이 먹겠다 다짐하며
역을 떠나 숲으로 향했다.
이 날은 먼저 세 팀으로 나뉘어 원하는 속도대로
서울숲을 탐방하기로 했다.
1조는 희영수 글방지기 나, 재혁, 수정, 유진 님.
어딜 가도, 뭘 봐도 좋은 욕심 없는 사람들이
모였다.
다음 2조는 정민, 주영, 이정, 호크마 님.
FM 정민을 따라 모임 시간을 정확히 지키며
진흙길도 마다 않는 용기를 보였다.
마지막 3조는 새로운 부족을 만든다.
지흔, 소아, 유정, 문열 님은 이 사진 이후로
전부 맨발 차림으로 목격되는데...
이후 나뉘어 이동하다보니 각자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 조가 만난 생물과 풍경만이라도
여기에 공유해본다.
염낭거미의 산실을 발견했다. 주인은 보지 못해
그중 어떤 종류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염낭거미류에게는 독이 있다고 하니 오히려
다행이었다. 갈대나 억새 등 벼과식물의 잎을 접어
집을 만든다고 하니 수상하게 접힌 잎을 만질 땐
조심해야겠다.
하마터면 거미에게 물릴 뻔 했던 유진 님.
지난 번 탐방 때 배운 가래가 다시 보고 싶어
물가를 찾은 1조 멤버들.
나는 자꾸 꽃창포에 눈이 갔다.
꽃창포가 자라며 물과 땅 사이를 점진적으로 잇는
중간지대를 만들었다. 다른 세계로 가는 관문처럼
물가의 열린 담장을 세운 꽃창포.
호두를 묻은 곳에 자란 풀이 뭘까 한동안
궁금했는데, 재혁 님 덕분에 까마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다 익은 까마중 열매를
본 적도 있다. 열매 전의 까마중은 낯설다.
뱀딸기의 꽃, 잎, 열매.
자꾸 뱀딸기도 반가웠다. 잎도 예쁘고
열매를 찾으면 보물찾기에 이긴 기분도
들었다. 좀뱀딸기와 뱀딸기가 다르다는데
여러 번 읽어봐도 잘 모르겠다.
자세히 보면 가운데 이파리 뒷면에 연두색 거미
한 마리가 입에 개미를 물고 있다. 선명히 보이지
않지만 줄연두게거미로 추정된다.
흰뺨검둥오리 가족을 발견하고 멀리서 관찰하는
1조 멤버들.
습지를 보고 싶어 이동하다 만난 맨발족.
소아 작가의 표정이 호쾌하다.
아주 질긴 풀 쇠뜨기를 만나 재혁 님의 설명을 듣는
맨발족과 1조 멤버들. 여러해살이 양치식물이라고
하는데 엮어서 뭔가 만들어봐도 좋을 정도로 질겼다.
간식을 먹으려 모였다가 전체 사진 한 번!
이후 개별 시간을 가졌다.
여럿이서 다닐 때 차마 더 보지 못했던 장면이나
생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외따로 걷거나 멈춰섰다.
나는 중앙호수로 돌아갔다.
어린 흰뺨검둥오리들과 해오라기 한 마리를 보았고
물과 땅을 잇는 꽃창포, 연잎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찍었다. 자연이 만든 면은 같은 부피 속 사람이 만든 면에
비해 비교할 수 없게 많은 너비를 가진다고 생각했다.
아쉽게도 요가와 춤 행사가 서울숲에서 온종일 열린
탓에 조용한 빗소리 대신 숲 전체를 채우는 음악 소리를
들어야 했다. 나에겐 소음이었지만 그들에겐 멜로디였길
바란다.
감상을 나누기 위해 모임 장소로 돌아가는 길,
멀리서 뭔가를 내려놓는 주영 님을 만났다.
가서 물어보니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기 위해
소중히 모은 잎과 솔방울을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있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내가 대신 잘
지키고 있겠다고 약속하고 그 옆에 서서 한참을
그것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문득, 누가 이걸 가져간다고 내가
지키고 서 있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우리 눈에만 보물이지, 다른 사람들에겐
그 옆의 나뭇잎과 다를 게 하나 없지 않나.
솔방울을 지키겠다고 나섰던 스스로가 우스워
피식거리며 모임 장소로 돌아왔다.
기를 끌어모아 이야기를 준비하는 정민 님.
작은 아이비가 나무를 따라 단단히 자리를 잡고
올라가는 모습이 신기하다고 했다.
방금 난 잎은 정오각형에 가까운데 오래된 잎은
손가락처럼 튀어나오고 들어간 곳이 더욱 두드러
지더라는 관찰 내용을 알려주었다. 메인 줄기 말고
다른 줄기는 어디로 향하는 지 궁금했다는 이야기.
소아 님은 맨발로 걸으며 비 내린 숲길을 새롭게
느꼈다. 또한 여러 수피를 살피다보니 저마다의
무늬가 다르다며, 표정을 갖고 있다고 표현했다.
유정 님은 능수버들나무가 눈에 들어와 계속
중앙호수 주변을 맴돌게 되었다고.
유진 님의 사진을 보러 모여든 멤버들.
튤립이 전쟁을 치르고 난 뒤의 땅에 어떻게
시간이 흐를 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국 산사
나무인지 그냥 산사나무인지 모르겠지만 그
나무의 열매를 참새들이 먹고 있더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문열 님은 그림도 글도 많이 그렸다.
한쪽만 살아있는 듯한 나무 표면을 관찰했다고.
새로 자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차이를
그리기도 하고 메모하기도 하고.
물가에 발을 담그며 주변에 자라는 것을 관찰
했으며, 또 소리에도 집중했다는 이야기.
메타세쿼이아는 백악기부터 있었던 나무라고
하니 아마 지구 역사의 많은 순간을 목격하지
않았을까 하는 주영 님의 이야기. 두터운 나무
기둥을 안아보니 의외로 따뜻하고 또 많은 것이
온몸으로 흡수되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페스츄리 같은 겹겹의 세상을 알아가고 싶다고.
재혁 님은 이끼가 자라있던 곳을 관찰했다. 이끼
가 있는 땅, 없는 땅의 차이를 생각하게 됐다.
생태를 조성할 때의 기본 단위인 이끼의 표면
패턴으로 작업해보고 싶다고. 또 실제 살아있는
식물로 작품을 만든 <갈등>은 칡(갈)과 등나무(등)
을 합쳐 놓았는데 등나무가 죽어버려 칡만 남았
더라는 관찰기가 재미있었다.
수정 님은 조릿대를 관찰하며 작용-반작용을 이야기
했고 또 나무 밑둥의 뿌리 사이로 다른 풀이 자라는
게 재미있었다고 한다.
지흔 님은 붉나무가 안아달라고 말하는 듯 느꼈다고.
잎사귀가 너무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모양을 지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또 충영과 줄기에도 잎이 넓게
자라는 식물을 발견했다고.
나는 당랑권을 선보이고 있다.
주영 님은 나무를 꼭 안았더니 따뜻하고
기분이 좋았다고 했는데 수정 님 사진을
보니 바로 알 것 같다.
영재 님은 낙우송과 메타세쿼이아에서만 거품을
보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날 우리는 은행나무
밑에서도 보글보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았다.
나무가 만드는 소리가 이렇게 다양한 줄 몰랐다.
이건 빗물 흐르는 미끄럼틀을 날듯이 타버린
내 온몸 자국이다. 이전에 타본 미끄럼틀이어서
자신있게 출발지점에 앉았는데, 봉에서 손을 떼자
마자 몸이 저절로 날며 순간 붕 떴다가 쿵 떨어지며
맨몸 후룸라이드를 즐기고 말았다.
그 다음엔 앞에서 촬영하고 있던 소아 작가의 다리
사이로 쏙 들어가버렸다. 내 몸 위에서 얼이 빠진
표정으로 소아가 내려다보는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웃기다. 다시 해보라고 해도 어려울 정도로
말도 안되는 순간이었는데, 최근 몇 년간 이렇게
배 아프게 웃은 적이 있었나 싶다. 며칠간은 이를
닦다가도 웃고, 길을 걷다가도 웃고, 커피를 마시다
가도 웃었다.
웃기지만 그 순간 덕분에 한동안 쌓였던 스트레스
가 싹 지워졌다. 부담이나 책임, 미래 같은 생각을
살균하고 나니 개운하다 못해 이전과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것도 같았다. 미끄럼틀을 통과하기 전의
나보다 훨씬 가볍고 우습다. 좋다.
다음 모임은 7월 6일 토요일.
오전 11시까지 희영수에 모여 관계맺음 식물과
친해질 방법에 대해 소아 작가의 강연도 듣고
각자의 아이디어도 들어보려 한다.
악천후에도 빠지지 않는 멤버들께 감사드리며
개근상을 이래서 주는 구나 새삼 생각해본다.
물론 나는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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