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매일 쓰기도 참 힘든 일인데 매일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 좀 더 알찬 내용으로 열심히 써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협업의 경험이 적은 친구가 제게 직원 제안을 해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일을 시작했을 땐, 나를 믿고 일을 제안해준 데 대한 고마움과 잘 하고 싶다는 의욕이 컸습니다. 그러나 친구는 1)일단 뭘 시킬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런 지시 없이도 제가 알아서 이것저것 해주길 바랐고 2)자기가 돈을 쓰고 저를 노예로 부리는 주인처럼 행세하더라구요. 1)은 얼마든지 맞춰갈 수 있는 부분이니 상관없다 쳐도 2)다른 사람 앞에서 "내가 요즘 쓰는 애야"로 저를 소개하고, 전화를 제 때 안 받았다고 카톡으로 쌍욕을 보내곤 했습니다. 그리고 늦잠 잘테니 집에 찾아와 자기를 깨우라는 등의 일을 시켰습니다(그러나 나오지 않아 비 오는 날 남의 집 앞에서 우산 쓰고 기다리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친구라지만 공적인 사이로 일하는 것 너무 좋습니다. 하지만 공적인 사이에서도, 사적인 사이에서도 용납하기 힘든 행동들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화가 났던 일들을 자료로 정리해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일을 그만두고 다른 회사에서 귀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 뒤 저 없는 동안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았던 친구에게 다시 돌아갔습니다. 스스로 느낀 바가 있으리라 믿었고, 저도 능동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이후, 이러려고 나를 다시 불렀나 의아할 정도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아직도 궁금합니다. 정말 사업을 해서 돈을 벌고 싶은지, 한 명 밖에 없는 직원도 잘 다루지 못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등등.
가장 마지막으로 화가 났던 일에 대해 말하려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실내에서의 전자담배 흡연에 대한 문제입니다. 일을 그만두기 이전에도 외부 프리랜서와의 실내 미팅에서 전자담배를 물어 제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엘레베이터 안에서 피우는 것도 싫다고 말했고, 얼굴에 자꾸 연기를 뿜는 것에 대해서도 꾸준히 불쾌하다고 말했구요.
그 날은 오전부터 시작된 회의에서 거의 한 시간 가량 제 얼굴 쪽으로 전자담배 연기를 내뿜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불쾌하다. 누가 남의 얼굴에 이렇게 연기를 내뿜냐. 담배 그만 피워라.' 말하고 점심 식사하러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오후에 이야기가 시작되니 또 담배를 물었습니다. 도저히 화를 참기 힘들어 담배를 들고 있는 손목을 붙잡으니 '그냥 다른 곳으로 연기를 뿜으면 되는 것 아냐?'하더라구요. 실내에서 그만 피우라 말하니 또 '니가 언제부터 실내 흡연을 싫어했냐'(?) '이전엔 한 번도 그러지 말란 말 없더니 왜 화부터 내냐'(???) 하더라구요.
실내흡연 하지 말란 말을 예전에 언제 몇 시 몇 분에 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이전부터 싫다고 말했다 하니 자기는 저로부터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은 적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참 편하고 쉬운 말입니다. '니가 언제 그랬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적의 주문입니다. '말로만 하지 말고 글로 정리해서 제대로 달라니까?' '니가 언제 정리해 달라 그랬냐,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이렇게 진행하자니까?' '니가 언제 그랬냐,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어떤 상황에도 다 갖다붙일 수 있는 최강의 주문입니다. 여러분도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땐 꼭 써먹어보세요. 니가 언제 그랬냐? 난 기억이 안 나는데!
어쨌든 실내 흡연을 갑자기 억울하게 제지 당했다고 생각한 친구는 씨발!하고 욕설을 내뱉었습니다. (실내 흡연 외않되)씨발! (니가 뭔데 이래라저래라야)씨발! (아무리 싫어도 왜 나를 좋게 좋게 어르고 달래서 말해주지 않아)씨발! (내 돈 내고 빌린 내 사무실에서 담배 좀 피우면 안되냐)씨발! 그러나 놀랍게도! 저도 사실 입 밖으로 욕을 할 수 있습니다. 그저 욕설 대신 먼저 대화를 시도했을 뿐입니다. 욕설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으니 지양하고 있습니다. 욕으로 전달되는 내용은 증오나 무지 밖에 없습니다.
실내흡연을 제지 당해 욕설을 내뱉은 불쌍한 친구. 끝까지 '실내 흡연이 싫다고 왜 미리 말하지 않았는가, 이 모든 대화가 내 인생 처음이다!'를 외쳤습니다. 너무 부럽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내 완벽한 기억력과 인성에 의지해 앞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내 감정에 충실해 남을 무시하고 싶습니다. 과연 사장이라면 이정도는 해야한다!
상품 재료가 싼티나고 촌스러울 수 있으니 바꾸자고 아무리 의견을 말해도 자기의 에센스라고 밀어붙이던 친구, 외부 사람 말 한 마디에 냉큼 다른 재료로 변경하고 저한테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직원이 한 명 밖에 없는데 완벽한 협업이 이루어지는 회사. 돈 몇 푼으로 최대의 사장 생색 내고 싶은 철저한 실용주의자. 자존심으로 회사 구색은 부랴부랴 세웠지만 회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사장님. 자신이 옳다면 앞으로도 자신을 믿고 사랑하세요! 그게 당신의 모든 것을 지켜줄 것입니다. 소중한 친구, 몇 없는 직원, 당신의 평판! 이 모든 것을 나의 소중한 자존심으로 지킬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살면 됩니다. 절대 나를 바꾸지 마세요. 나는 완벽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
이전에는 좋게좋게 어르고 달래고 안아주고 이해해보려 노력하고 의견을 물어보고 잘 지내려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조금도 노력하지 않고 불평하는 사람이 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나 사람 옆에서 담배 피우지 말아달라는 것까지 어르고 달래고 이해하기에는 에너지가 너무 아깝습니다,, 싸우더라도 회사 제품에 대한 의견 차이로 싸우고 싶어요. 마케팅 방안에 대한 효율성을 놓고 싸우고 싶어요. 화보 컨셉 의견 차이로 싸우고 싶어요. 이런 개쓰잘데기 없는 거 말고 보다 건설적이고 실용적인 주제로 논쟁을 벌이고 싶습니다. 이것 또한 탐욕스러운 바람일까요? ㅎ 씨발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