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글방 희영수

0625 금 / 고미태 닭콩국수 / 긴개 본문

2021-2023 긴개

0625 금 / 고미태 닭콩국수 / 긴개

긴개 2021. 6. 25. 22:54


오늘이 세 번째 방문입니다.
합정역에서 성산초등학교 방향으로 큰 길 따라 내려가다보면 사람들이 웅성웅성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여기가 뭔데? 하고 들다보면 거기가 바로 고미태입니다.

20년 3월까지 해방촌 노스트레스 버거 쪽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고미태가 있었습니다. 귀가하다가 뜨뜻한 국물요리가 땡길 때 혼자 가서 먹고 올 때도 있었던 소중한 동네 맛집이 작년 8월 경 합정동으로 이사해버렸습니다. 그 가게와 함께 동선이 완벽하게 짜여진 인테리어마저 없어진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저를 괴롭게 하였지만… 금세 충격을 이겨내고…



그 이후 고미태를 잠시 잊고 살다가,,
고마운 친구의 추천으로 상수에서 택시를 타고 우르르 새로운 메뉴 닭콩국수를 먹으러 갔습니다. 갈 때마다 삼십 분 넘게 줄을 서야 하지만 정말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일단 입장하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동선에 맞게 짜여진 테이블과 주방, 완벽한 청결과 단 하나의 메뉴. 고민할 것도 없고 그냥 주문한 뒤 앉아서 명상만 하면 됩니다. 주방장님이 음식을 준비하시는 모습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하나의 퍼포먼스 같습니다. 어쩔 땐 그냥 입을 벌리고 바라보기도 합니다.




닭콩국수가 나왔습니다.



있었는데요



이게 말이죠,,,
너무 차갑지 않고 적당히 시원한 콩국물에 닭육수가 고소하게 들어가있습니다. 고명으로 올라간 오이와 부추, 참외가 전부 적당히 짭짤하고 향긋해서 미숫가루를 넣어 반죽한 국수 면과 궁합을 맞춥니다. 닭고기에는 뼈가 하나도 없습니다. 콩국물에서는 삼과 대추향이 은은히 풍깁니다. 그런데 국물 자체에 거슬리는 건더기가 없습니다. 쭉 들이키고 보면 그릇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저는 국물 많은 면요리 소화가 좀 어렵거든요. 물냉면은 물배가 차서 싫고, 기름 둥둥 뜬 일본라멘은 국물이 너무 헤비해서 속이 안 좋아요. 일단 국물이 너무 많으면 소화액이 묽어져서인지 한동안 울렁거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닭콩국수는 정말… 식사 후 속에서 올라오는 트림마저도 역하지 않습니다. 한 그릇이 너무 빨리 사라져요. 천천히 먹고 싶은데 참외와 오이와 이 시원하고 맑은 고소한 국물과 면이 저를 아주 그냥,.. ㅜ

어쨌든 ..
네 번째 닭콩국수를 함께 하실 분 어디 없나요. 정말 정말 증말 맛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