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글방 희영수

0216 화 / 연신내 / 긴개 본문

2021-2023 긴개

0216 화 / 연신내 / 긴개

긴개 2021. 2. 16. 21:19



만계 님과 은평구 연신내에 다녀왔습니다.
연신내에 온 것도, 은평구에 온 것도 난생 처음입니다.
그런데
연신내 역에서
내리자마자
친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작업실이나 가게 자리를 알아보러 왔다고 했더니 망원이나 을지로가 더 좋지 않겠냐고 되묻습니다.
자기 동네보다 다른 동네가 더 재미있어 보이는 건 모두의 공통점인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갈현초등학교 근처가 좋다고 하기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연신내역 7번 출구에서 갈현초등학교까지 가는 길에는 2010년쯤 유행했을 음식점, 술집 등이 빼곡했는데, 홍대 앞 거리와는 다르게 임대 종이를 내붙인 상가가 드물었습니다. 유행에는 뒤처져 보여도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된 가게가 많습니다. 십대 후반부터 이십대 초중반의 사람들이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을 평일 낮에도 계속 볼 수 있었습니다.

만계 님과 와플, 핫도그를 길가에 서서 와구와구 먹었습니다.


7번 출구로 나와 쭉 구산역 방향(아래)으로 걸었습니다.



영업 시작 전의 술집 거리를 가득 채운 햇빛

 
연신내역 근처는 코로나 이전처럼 사람이 많았습니다. 코로나 이후 오히려 멀리 놀러가기 보다는 집 근처에서 동네 친구들과 한 잔 하는 것이 더 안전하게 느껴져 그런걸까요. 새로 생긴 세련된 가게가 많다기보다는 단골장사가 잘 되는 가게가 많아보였습니다. 한참 걸으며 부동산에 붙은 종이들을 읽어봐도 빌라, 주택, 원룸만 소개되어있고 사무실이나 가게는 드물었습니다. 유일하게 알고 있는 연신내 스튜디오는 불쑥 찾아가기 어렵게 느껴져 들어가보진 못했구요. 연신내역에서 구산역까지 거센 찬바람을 얼굴로 맞으며 걸었습니다. 그러다 언 몸도 녹일 겸 화장실도 들를 겸 이디야에 들어갔습니다. 가방을 내려놓고 화장실을 찾아보니 키를 들고 가야합니다. 이 키를 보자마자 불현듯 끔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나
화장실은 2000년 쯤에나 봤을 법한..
문을 열자마자 도로 꽝 닫고 꾹 참았습니다. 어른이니까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딸기라떼를 단숨에 해치우고 간신히 구산역에 들러 인간의 존엄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상수역.
따뜻하고 아름다운 풍경.
연신내 땅을 찾다가 상수역에 작업실을 구한 오늘.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마포용산화이팅!!!


개집도 다양한 매물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