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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212 금 / 신발년 / 긴개 본문
마을버스에 타면서 문 바로 옆에 앉은 여자 발에 차였다. 나를 겨냥해서 찼다기 보다는, 그녀가 안전바 위에 올린 발에 힘을 주어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 모르고 버스에 올라탄 내가 내 힘만큼의 차임을 당한 것. 그녀는 오토 발길질을 갈긴 이후에도 발을 치울 생각이 없어보였다. 하기야 나보다 세 명이 먼저 탔는데도 발을 굳게 뻗대고 있는 사람이었으니 나라고 별 수 있나. 설날이라고 동태전이랑 가자미, 소고기 등을 양손에 잔뜩 들고 낑낑대던 와중에 더러운 신발에 차여 좀 빡쳤지만 곧 잊었다. 그러나 정류장에 도착해 다시 앞문으로 내리다가(그 정류장에선 아무도 타고 내리지 않았다) 두 번째로 그 발에 걷어 차였을 땐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 발등을 꽝꽝 때려버렸다. 꽉 쥔 주먹을 버스 밖으로 빼자마자 문이 닫히고 버스는 오르막길을 신나게 올라갔다. 어깨를 누르던 짐도 한결 가벼워지고 저절로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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