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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205 금 / 연락하지마시지마세요 / 긴개 본문
답장 하지 않은 연락이 여럿 쌓여있다.
뭐라고 해야할지 몰라 읽지도 않았는데
답장할 말을 생각하는 것도 괴롭고
읽지 않는 것도 괴롭고
내가 보낸 말에 또 답장이 오는 것도 괴롭다
내용이 없는 말은 어려워
안부를 나누는 말이 그 중 제일
잘 지내냐고 물으면
그냥 그렇다고 해?
사실 죽겠다고 해?
요즘 행복하다고 해?
그보다도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걸까?
잘 지낸다고 하면 안심하려나?
사실은 잘 못 지내길 바라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좀 겁이 나고
그래서 그런데
정확히 필요한 단어만 쓰면 안 될까 생각하기도 해.
'언제 어디서 만나자'
'ㅇㅇ'
이거면 차고 넘치지 않나.
잘 지내냐고 묻는 건 얼굴을 마주한 뒤였으면 해.
그렇게 생각했다가도
역시
답장은 해야지
답장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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