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악몽을 많이 꾸네
방금은 D형네 작업실에 놀러가 있던 참.
작업실은 오래된 쇼핑몰의 옥상에 있었다
그런데도 지하 같은 곳
작업실 밖에는 주차장이 있었는데
어둡고 더러운 주차장에는 불법으로 모여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저렇게라도 서울에 집 하나 갖고 싶은 거지
형이 혀를 끌끌 찼다.
텐트와 부서진 자동차 속에 거미들처럼 와글와글 사람들이 살았다
형한테 속삭이듯 고백했다
나 사실 저 사람들 사는 곳이 궁금해서 들어가봤다고
그 말을 하자마자 그 사람들은 화가 났다
자신들의 사는 모습을 호기심에 구경하러 온 나에게
그래서 어둠에 가까운 곳에 서 있으면
그들 중 하나가 나를 낚아채려고 호시탐탐 노려댔다.
등 뒤에서 손을 뻗어 어둠 속으로 끌고 가려 했다.
마침 음악하고 영상으로 먹고 산다던 B형이 D형네 작업실 쉐어를 하러 왔던 참이었다.
B형에게 얹혀 사는 언니가 떠올랐다.
B형도 코로나 때문에 벌이가 안 좋은지 표정이 어두웠다.
B형이 밥을 사겠다고 해서
나도 따라나섰더니
요즘 벌이가 나쁘다고 눈치를 줬다.
그 눈초리에 가슴이 덜컹해 먼저 들어가보겠다고 했다.
D형은 자꾸만 어둠으로 끌려들어갈 것 같은 내가 걱정되어
쇼핑몰 입구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다.
입구까지 가는 동안
거미처럼 숨어 사는 엄마와 아들을 보았다.
둘 다 땟국물이 줄줄 흘렀다.
어린 아들은 하수구 위에 용변을 보았다.
쇼핑몰 입구 바닥에는 전단지가 이리저리 붙어있었다.
전단지에는
'전국민 청결권 보장 위한 세금을 인상합시다.
미용과 피부 관리 저절로 50% 인하 ~?!'
같은 말이 쓰여 있었고
그건 전국민에게 어디에서나 깨끗이 씻을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럼 멀끔히 씻고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진 거미 사람들이
밝은 곳에서도 나를 잡아갈 수 있게 되니까.
그 더러운 사람들이 남들처럼 깨끗해져 우리 속에 섞이게 되니까
안된다고 생각했고
거미 아들과 엄마는 다른 구석을 찾아 스스슥 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