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글방 희영수

0203 수 / 아무 생각이 없을 수도 있어 / 긴개 본문

2021-2023 긴개

0203 수 / 아무 생각이 없을 수도 있어 / 긴개

긴개 2021. 2. 3. 23:24





아침엔 구청에 전화를 해야 했다.
출판사 등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둬야 했어.
엊그제 저녁엔 동네에서 당근 거래를 하기로 해놓고
집에 오는 길 버스에서 잠든 뒤 잊어버렸지 뭐야.
신한 계좌에 현금을 입금해야 했는데
그것도 잊고 며칠째
현금이 든 종이봉투를 가방에 넣어다니고 있어.
비누를 다 써서
새 비누를 뜯어놔야지 뜯어놔야지
일주일 넘게
화장실에서 중얼거리고
나오자마자
세상의 모든 비누에 대한 생각이 사라져버려
다시 화장실에 들어가 씻을 때
괴로워지는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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