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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124 월 / 병어조림과 삼치 유자조림 / 긴개 본문
전라남도 고흥군에 왔다.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김포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고 여수공항에 내려 또 차로 고흥에 왔다. 왜 왔냐면, 회사에서 가자고 해서 왔다. 덕분에 동네 맛집도 가고 바닷바람도 쐬고 좋다. 내 돈 안 쓰고 멀리 와서 맛있는 거 먹으려면 전생에 동네를 구해야한다. 내가 구했던 동네는 어디였을까.
이틀 내내 숙소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오늘 날짜(01/24)로 카카오맵 평점 2.8을 받은 순천횟집. 후기를 읽어보니 불친절하다고 실망한 사람이 많다. 이렇게 인구가 적은 마을 구석에서 호텔급 친절을 기대하면 절대 실망만 얻을 터이니, 그러지 말자.
어제는 병어 조림, 오늘은 삼치회와 삼치 유자조림을 주문했다. 고슬고슬하고 찰진 밥에 유난히 달달한 배추로 만든 김치, 유자연근조림, 굴이 식탁에 깔리고 가스렌지 위에 조림 냄비가 올라간다. 맵지도 짜지도 않은, 고춧가루를 폭력적으로 들이붓지 않은 시원하고 매콤한 국물에 병어가 올라간다. 유자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국물과 삼치의 조합은 또 어떤가. 밥을 무려 한 공기하고 반을 더 먹었다. 외식할 때마다 반공기를 겨우 먹던 나를 보고 회사 사람들도 놀랐다. 입이 짧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냥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술은 먹지 않았다. 밥과 반찬, 조림 만으로도 배가 터질 것 같은데 술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그동안 주방 이모님들은 옆에서 머리에 염색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렴요. 이렇게 맛있기만 하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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