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에세이
- (null)
- 성북동글방희영수
- 성북동희영수
- MPB
- 드로잉
- 사자성어
- 글방
- 길위의인문학
- 단편소설
- 라현진
- 긴개의사자성어
- 전시
- 서평
- 영화
- 희영수
- post-treeproject
- Brazilian
- 버추얼리얼리티
- 긴개
- 에로잉
- 긴개만화
- 성북동
- bossa nova
- 동시대의친구나무새롭게사귀기
- 에코샵홀씨
- 성북동글방
- 2024길위의인문학
- soul
- latin jazz
- Today
- Total
목록2021-2023 긴개 (330)
성북동 글방 희영수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구불구불한 길을 달렸어요. 가장 큰 달도 함께였는데 울렁거리는 바다 위로 내 손을 꼭 잡은 채였습니다. 가장 큰 달과 마주친 사람들은 깜짝 놀라 손을 내밀었고 가장 큰 달은 손을 여럿으로 쪼개 모두와 잡았습니다. 밤새 달리고 보니 손에 땀이 슬쩍 배어 바지에 탁탁 닦았습니다. 그 자리에 자란 이끼는 가장 큰 달이 뜰 때마다 하하 웃는데 반가워서일거라 저는 생각해요. 해변의 돌들은 바싹 태운 벽돌 같았고 집에 벽난로를 만들 때 쌓으니 좋았어요. 불티가 파랗게 날려 돌무더기 사이로 스미는 동안 집안이 따뜻해졌어요.
안녕 띄우고 지워 지금 음성인식으로 쓰고 있는데 말로 지우는 법을 모르겠네 그래도 인식이 엄청 잘 된다 오타도 없고 신기해 내 발음이 좋은 건지 기술이 발전 하는 건지 앞으로 바쁠땐 이렇게 써도 좋을 것 같아 지금 양손에 짐이 있어서 쓰기가 힘들 하는데 아주 좋다 바다 쓰기가 얼마나 잘 됐지 어려운 발음은 1번 해 볼게 간장 공장 공장장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잘 그린 기린 그림 와 이 기술을 회의 할 때도 쓰면 좋겠고 내가 평소에 말을 논리적으로 잘 못 한다고 생각 되면 자연스럽게 말해 보고 내 문장을 판단하기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손이 아프거나 모르겠다 할튼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
그 크래프트 맥주집 입구의 카운터에는 인형이 앉아있었다. 가게에 들어서는 손님들은 제일 먼저 자신을 맞이하는 인형의 푹 찌그러진 얼굴에 흠칫 놀라곤 했다. 단순한 만듦새의 이 인형은 어딘가 조급하고 불안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손님들은 놀란 가슴을 달래려 저마다 격한 감상을 가래침처럼 내뱉으며 지나갔다. 구입할 땐 풍성한 인조모발이 붙어있던 인형은 날이 갈수록 조금씩 머리칼이 숭덩숭덩 빠지고 얼굴의 천이 빛에 바래고 쭈글해지며 저절로 아저씨처럼 변해있었다. 아마 처음엔 젊은 남성 인형이 아니었을까 추측만 할 뿐이었다. 사장은 주변에서 쏟아지는 크고 잦은 불평에도 아저씨 인형을 끝내 카운터에 두었다.
초콜릿 사망자가 벌써 67만 명에 다다랐다. 처음엔 초코G바를 먹고 죽은 아이 때문에 G사의 제조공정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국민청원이니 회장 사퇴니 난리도 아니었는데, 그 뒤에 편의점 초코우유, 카페의 카페모카, 디저트 전문점의 초코케이크 등 초콜릿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 사망한 사람들이 부지불식중에 수천 명으로 늘어났다. 이후 사망자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동안 전세계 곳곳의 카카오 원산지마다 UN 산하의 조사단이 파견되었지만 이렇다 할 특이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초콜릿을 가공하고 원료로 제품을 만들고 유통하는 회사들이 막대한 합의금과 벌금을 물며 연쇄파산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초콜릿 섭취는 전세계멸망을 믿는 사이비 광신도들 사이에서 단체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광신도 중에서 초콜릿을 먹..
다 같이 온 몸 구석구석을 깨끗이 씻고 오염도 체크를 한 뒤 수영복으로 갈아입는다. 거대한 유리 건물의 중앙은 높게 솟은 돔의 형태를 하고 있다. 유리 창을 통해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실내에는 부드럽고 거대한 매트가 깔려있다. 매트는 움푹 파인 구덩이를 감싸고 있다. 구덩이 안에는 컨테이너 5개 사이즈의 푸딩이 들어있다. 푸딩은 옅은 라벤더 빛을 띈 투명한 덩어리이다. 우리는 함께 간단한 준비 운동을 한 뒤 제멋대로 푸딩 위에 뛰어든다. 즐거워 내지른 소리가 유리창문에 닿은 뒤 여기저기 메아리친다. 푸딩은 시원하고 가볍고 부드러워서 그 속에서 배영하고 있으려니 어쩐지 아주 짠 바다 위를 둥둥 떠가는 수달이 된 기분이다.
p.s. 원래 그리려 했던 담세 감독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 오늘은 도저히 기운이 나지 않아 보류ㅠ
앉민 님 추천으로 갑자기 여행전문 유튜버 빠니보틀 님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침착맨 님 방송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아 이전부터 이름은 알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때 말이 너무 빨라서 첫인상은 좋지 않았는데, 오늘 여행 영상으로 다시 보게 되니 사람이 달라 보입니다. 세계 구석구석을 대책 없이 돌아다니며 날것의 감상을 툭툭 소개하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겁도 없이 외진 곳을 찾아가고 호기심이 생기면 답을 찾기 위해 나서는 적극적인 모습은 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인간상 같습니다. 빠니보틀 님도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가지 못하게 된 듯해 아쉬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답답한 시기에 우연히 만난 빠니보틀 님의 해외 여행 영상 덕분에 집 구석에 앉아 홀로 하는 뜨개질에도 활기가 생..
실용적인 뜨개는 없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맞아요. 공장 기계보다 나은 손뜨개 결과물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대로 멋대로 즐기는 것만이 답이겠어요.
체리 비싸다. 체리 먹고 싶다고 하면 비싸니까 바나나나 토마토를 고르라고 했다. 근데 놀랍게도 체리는 맛있다. 비싸도 맛 없는 과일들이 있지만 체리는 그런 사기는 치지 않는다. 아마 무역 상의 이유 때문에 내려가지 않았을 가격이 맛있기 때문에 비싸다는 오해를 받는다. 체리는 원래 맛있는데 한국에 오는 동안 몸값이 좀 올랐을 뿐인걸. 편의점에서 체리를 샀다. 반은 내일 회사에서 먹고 반은 앉민 님 오면 드려야지. 체리를 좋아하지만 반 정도는 드릴 수 있다. 체리 반 봉지 가격의 마음 어쩐지 싸구려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