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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대학생 때의 나는 찰스 부코스키에 빠져있었다. 1920년 독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넘어온 그는 여러 잡일을 전전하며 글을 쓰다 이후 전업 작가가 되었다. 꽤 웃기는 아저씨였는데, 욕도 기똥차게 하고 글도 시원하게 썼다. 다들 쉬쉬하며 뒷골목에 보이지 않게 쑤셔 박아두는 쓰레기 같은 사람이었다. 성숙한 십 대라면 부코스키를 한두 장 넘겨봐도 된다. 이십 대라면 푹 빠져들 법하다. 그러나 삼십 대 이후에 부코스키를 미친 듯이 사랑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좀 멀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당시의 내가 알던 사람 중에 유일하게 어른 대접을 해줄 만한 사람은 찰스 부코스키가 유일했다. 어린 시절 나는 어른의 판단은 대개 선에 기초하리라고 믿었다. 전체 인구 중 악인은 소수이고 뭔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
확실히 우리 사랑은 어느 단계를 넘어섰다. 처음 함께 식사할 때는 밥을 반 공기나 남겼었는데 말이다. 마주 앉아 밥을 먹다 말고 앞니에 고춧가루가 꼈는지 콧물이 흐르는지 눈곱이 꼈는지 얼굴이 번들거리는지 신경이 쓰여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 줄줄 흘리고 먹을까, 씹는 음식이 보일까, 한 숟갈 천천히 퍼서 살짝 벌린 입에 겨우 넣고 입술을 앙 다문 뒤 꼭꼭 씹어 꿀떡 소리가 들리지 않게 조용히 넘겼다. 밥을 다 먹고 물을 마실 땐 입을 헹구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빠르게 삼키느라 사레가 걸릴 뻔한 적도 있다. 연락이 오면 일 분 내로 답장을 하느라 하루종일 핸드폰과 마주하고 있었다. 아침 여덟 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새벽 네 시까지 대화를 멈출 수 없어 몇 달 잠을 설쳤다. 그래도 서로를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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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을 어디라 부르면 좋을까. 오랫동안 꿈에서 어릴 적 살던 아파트와 초등학교 주변을 배회했다. 당시 살던 아파트에서 학교로 가는 지름길은 아파트 담장을 넘고 저수지를 지나 야트막한 산을 타 넘는 거친 흙바닥이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롤러 블레이드를 신고 아침에 모여 다 함께 산을 타러 가곤 했다. 롤러 블레이드 신은 아이들이 흙과 돌이 가득한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는 광경은 지금 생각해 보면 기이하고 아찔하지만, 당시 누가 더 멋있고 위험하게 바퀴 달린 신발로 묘기를 부릴 것인지 경쟁의식이 가득했던 초등학생들에게는 즐거운 일상이었다. 매일같이 아파트 담장을 넘는 아이들이 많아지자 결국 아파트 관리소에서는 담장에 안전하게 오를 수 있는 계단과 담장의 일부를 제거해 문을 만들어주었다. 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