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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2/10/04 (1)
성북동 글방 희영수
1003 월 / 입사 일주년 기념사 / 긴개
창 밖으로 내리는 비에는 차가운 악의가 있다. 나무 한 그루라도 주저앉혀야 속이 풀릴 것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따금 무거운 빗줄기가 바람에 떠밀려 꿀렁 휘어진다. 깜짝 놀란 가로등 불빛이 함께 들썩인다. 함께 사는 강아지는 왜 밤 산책이 미뤄지는지 충분히 안내받지 못했다. 답답한 표정으로 발치에서 조바심을 내다가 내 허벅지를 벅벅 긁는다. 킁킁 코를 묻히며 참견하는 데도 나갈 기미가 없자 풀썩 드러눕는다. 답답한 건 나도 마찬가지다. 하루 종일 내린 비에 제습기와 에어컨을 번갈아 껐다 켰다. 그야말로 홀로 입사 일주년을 기념하기에 딱인 날씨다. 어쩌다 보니 오늘에 와 있다. 아빠는 내 팔의 문신을 볼 때마다 평생 취직 못 할 거라고 소리쳤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번 시월로 벌써 입사 일주년이 되었다..
2021-2023 긴개
2022. 10. 4.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