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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1/12/10 (3)
성북동 글방 희영수
말 한마디마다 세금을 매겨야 한다. 그 말에 책임을 지겠다는 서명도 필수다. 말을 침처럼 내뱉기 전에 여러 검사기에 넣고 탈탈 돌려 안전성을 시험해야 한다. 오랫동안 세밀하게 다듬어낸 말만 조심스럽게 주고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 말에 스민 독이 얼마나 집요하고 치명적인가. 알아차렸을 땐 이미 중독된 후이다. 미리 조심하라고 여기에 알린다. 가까웠던 사람이 알고보니 악질의 사기꾼이었다. 1년 넘게 알고 지냈는데 지금까지 했던 모든 말이 거짓이었다. 친구들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친구로서 아끼고 존중했기에 무슨 말을 해도 주의 깊게 들어주고 잘 풀리기를 바라며 응원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우리를 누구든 상관없을 방청객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다. 코로나로 많은 친구를 만나기 힘들었지만 우리는 자주 만났다. 이..
천국은 아마 사람과 사람이 물 흐르듯 어렵지 않게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곳일 거야. A를 말하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A로 들어주고, 고맙다 말하면 정말 고마운가 보다 하고 들어주는 곳. 대화하면 할수록 응어리가 풀리고 타인과 나의 경계가 부드럽게 허물어지는 곳. 내가 사는 세상은 그 반대야. 말은 의도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이렇게 오류가 많은 전달 시스템이 왜 아직도 주요하게 쓰이는지 신기할 따름이야. 말이 웃음을 빚고 마음도 전하려 했지만 어쩐지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지. 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는 시절도 있었다던데. 세상의 모든 균열이 말로부터 나왔다면 우리의 입은 성인식 때 꿰매져야 해. 책임도 지지 못할 말들을 눈보라처럼 퍼트려 놓고 정작 난처할 땐 뒷짐만 진다고. 그런 허풍선이는 대..
그 촌 동네에서 외할아버지는 매끈한 빽구두를 신고 다녔다. 마을에 티비도 몇 개 없던 시절에 돈을 내고 춤도 배우러 다녔다. 그동안 외할머니들은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고 밤나무도 길렀다. 아들 셋, 딸 둘에 남편까지 먹여 살리려 양계장을 치고 쌀집을 열고 월세방을 굴렸다. 아스팔트도 없던 흙길을 흰색 양복 차림으로 순회하던 할아버지는 학비가 아깝다고 엄마의 고등학교 입학을 반대했다. 이모의 도움으로 입학은 겨우 했지만 교통비 타낼 곳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엄마의 결혼식에도 한 푼 보태지 않았다. 그 답례로 엄마 역시 할아버지 장례식에 눈물 한 방울 보태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셨는지 모르고 있었다. 두 번째 할머니가 어디엔가 살아계신 것도 잊었다. 근데 할아버지 장례식에 왜 나를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