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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1/02/21 (1)
성북동 글방 희영수
0221 일 / 나의 아이들아 / 긴개
나의 아이들아 살아보니 어떠하냐 80 세월의 회한을 종이 위에 옮기기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지. 손짓발짓을 동원하더라도 이제껏 들여다 본 광활하고도 놀라운 세상과 내가 공명한 작은 조각을 포도 씨만큼도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 살 날이 더 주어진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일테지. 80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국민학교 시절 여름방학이 이런 느낌이었지. 중년을 지날 무렵부터는 온몸의 가죽이 녹아내린 장판처럼 겹겹이 골을 만들었고, 나는 그 껍데기 속에 독방을 배정받은 죄수처럼 갇혀 세상의 소리와 향기, 빛과 점점 멀어졌다. 그대신 이 안에서 작은 방을 만들었다. 이 아늑한 곳에 머물며 하는 일이라곤 그저 과거를 비디오처럼 끝없이 되돌려보는 것뿐이었다. 그 속에는 너희에게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할 순간들이 빗살처..
2021-2023 긴개
2021. 2. 21. 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