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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4 긴개일기 (10)
성북동 글방 희영수
눈물은 깨어서도 흐른다 불가능한 시공간에 붙들려 현실로 건너가지 못하고 깨어서도 깨고 싶은 아침 눈을 뜬 채 저 뒤로 아래로 가라앉는 중
란마는 내 개 내 베갤 제 것처럼 벤다 그리고는 쌕쌕 헥헥댄다 내 잠을 쫓으며 제 심장이 남처럼 뛰어서 그렇단다 란마가 내 개인데 그 심장은 누굴 위해 뛰는지 아무래도 심장까지 키울 순 없으니까 자세히 보면 징그러우려나 나는 란마의 인간 란마의 털을 내 것처럼 헤집으며 킁킁 냄새를 꿍쳐둔다 란마의 인간의 심장은 누구의 것 란마 헥헥대도 이 심장은 가라앉으며 아무래도 심장까지 키울 순 없으니까 역시 징그러우니까 란마에게 했던 말들 투명하고 가는 위증 언젠가 란마가 허공에 대고 입을 탁탁 헛깨물면 나는 호두에게 했던 말들 마루에게 했던 말들 모아 투명한 수의를 지어 입히고 새로운 무덤을 등에 지고 새끼를 가득 업은 개구리처럼 엉금 기어 영원한 독방으로
을지로에 매장을 열고 일주년을 맞이한 맥파이가 어제 파티를 열었다. 그 핑계로 주말 밤 을지로에 발을 들였다. 맥주를 사랑하지도 않고(물론 취향 정도는 있다) 맥파이에도 별 관심 없지만 이런 핑계로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거지. 친구이자 맥파이 직원인 희의 존재도 가슴을 펴고 입장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오래 놀고 싶은데 혹시나 눈치가 보인다면 희를 방패 삼아 더 머무를 생각이었다. 이렇게 불경한 나... 큰 잔치에 같이 놀자고 나를 끼워준 효와 윤, 의, 예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재미있는 일이 있을 때 떠오르는 사람으로 나를 꼽아주다니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놀아 그 기대에 부응하겠으며 실망시키지 않는 광대가 될 것이고···. 파티에 놀러온 사람들 연령대가 다양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으로..
목요 백권야행에도, 일요 각자주행에도 김다정 님이 한 분씩 있다. 마침 나도 김다정이라 서로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기분이 묘해진다(그렇다. 내 이름은 희영수가 아니다. 희영수는 글방 이름이다…). 백권야행에서 지정도서를 읽는다면 각자주행에선 멋대로 읽는다. 근황 이야기 시작하면 삼십 분은 가볍게 넘겨버리는, 대화에 끼어들고 싶으면 각오해야 하는 모임. 각자주행의 다정 님이 소개한 도서는 김형수 소설가의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였다. 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인간을 공부한다는 것과 같다고 차분하고 따뜻한 논조로 일러주는 책이라고 들었는데, 책의 문장을 살펴보니 다소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대목도 있었다. “예술에서 리얼리티와 모더니티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항구적인 숙제에 속하는 셈인데 ‘나는 모더니스..
펌퍼니클 맛없다. 분명 생긴 건 그렇지 않았다. 짙은 나무 껍질색에 콕콕 박힌 견과류를 보고 있자니 입에 넣기도 전에 고소할 지경이었다. 불안은 빵칼로 그 속을 쑤실 때부터 피어났다. 부드럽게 썰릴 줄 알았던 빵은 칼의 움직임에 따라 모래알처럼 바스라졌다. 좀체 좋아하지 못할 식감일 것을 예감했다. 식감보다 놀라웠던 것은 맛이다. 시큼했다. 신 빵가루가 입 안의 물기를 죄다 빨아들여 급하게 커피를 홀짝였다. 둘이 섞이니 더 텁텁했다. 이건 몸에 좋은 빵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선 비싼 재료를 들여 공연히 만들 필요가 없다. 이렇게 억지로 먹어야 하는 맛이라면 없던 병도 낫게 해줄 것같다. 두 조각 썰어 한 조각을 먹다말고 근처 빵집에 가서 얼그레이잼을 샀다. 주먹만한 병 하나가 구천 원이다. 비싸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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