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로 해치운 합정 고미태의 닭콩국수. 최자로드 방송에 고미태가 소개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마음 무거웠던 요 며칠. 마침 스케쥴이 맞아 부리나케 다녀왔습니다. 여름 시즌 메뉴인 닭콩국수는 8월 31일까지 판매된다고 합니다. 최자로드에 소개된다면 더욱 유명세를 탈테니 남은 시간 동안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날이 몇 없을 것 같았습니다.
언제나 기다리는 사람들로 문 앞이 바글바글한 고미태. 더위가 한결 가신터라 햇볕 아래서도 참을성 있게 줄 설 수 있었습니다. 햔명하게 양산을 챙겨간 덕이죠. 뒤에 선 여자 둘이 양산 그늘에 같이 서겠다고 자꾸 저를 밀어대는 통에 괴로웠지만… 간만의 닭콩국수 맛은 그런 고난까지도 기쁨으로 승화시켜주었습니다. 언제 또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급해져 둘이 방문했지만 세 그릇을 시켰습니다. 많을수록 좋을 것만 같았지만 소중한 닭콩국수의 양이 늘어나자 오히려 부담스러워 허겁지겁 먹게 되었습니다. 물론 맛은 여전히 훌륭. 세 그릇 전부를 완전히 비우지 못하고 돌아왔더니 어둑해진 뒤에 다시 그 그릇이 어른거립니다.
집에 돌아와보니 오후 여섯 시에 최자로드에 고미태가 소개되었습니다. 최자 님 정말 음식 좀 드실 줄 아는 분 같았습니다. 소개하는 말 하나하나 제 마음 같았어요. 그러나 같은 감상을 발견하고 기쁜 것도 잠시, 이렇게 닭콩국수를 극찬해버리면 정말 남은 8월 고미태를 찾아가기는 더욱 어렵겠다는 생각에 여러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정말 오늘 닭콩국수가 제 생의 마지막이었던 걸까요. 며칠 전부터라도 굶어서 오늘 국물까지 전부 비웠어야 했는데 아쉽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질리지 않고 매번 흡족하게 싹싹 비우는 요리를 또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런 반가운 만남을 간절히 바랍니다. 21년의 여름은 닭콩국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