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글방 희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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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3 긴개

0410 토 / 겨울옷과 샌들 / 긴개

긴개 2021. 4. 10. 23:44


4월이 다 되어서야 패딩을 정리했다. 3월까지도 종종 추운 날 많았기에 갈피를 잡지 못했지. 아직은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니 가벼운 니트나 긴팔들은 그대로 두고 가장 두꺼운 옷들만 비닐에 넣었다. 압축비닐에 옷 정리하는 걸 좋아했는데, 몇 번 쓰고 나니 여기저기 찢어져 버렸다. 이불을 넣어둔 비닐이 찢어진 틈으로 째즈가 몰래 들어가기도 했다. 국산 좀 애용해보겠다며 자주에서 산 그 이불은 세탁 두 번만에 찢어져 솜이 술술 나왔다. 째즈가 겨우내 들어가 포근하게 쉬었으니 이제 미련없이 버려야지.

겨울옷을 한데 모아 처박아둔 것만으로도 옷장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야 따뜻해진 날씨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반바지도 곧 입을 날 오겠지. 그러고보니 여름 샌들이 없다. 예전에 흰색의 스포티한 샌들을 산 적이 있는데 요상하게도 어느 날 그냥 사라져 버렸다. 웬만하면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 편인데, 도대체 신발이 어디로 그냥 사라져 버렸단 말인지 아직도 찜찜하다. 그 이후로는 여름에도 겨울과 다를 것 없는 신발을 신고 다녔다.

언젠가 브라질 산 가죽 쪼리를 버리기 아깝다며 신으라는 엄마 말에 '그럴까-'하고 갈아신고 집에 가는 길에 발등이 다 찢어졌다. 그 상처가 일 년 반 넘게 남아있다. 슬리퍼는 집 앞이나 편의점에 갈 때만 신는다. 그러고보니 맨발로 다니는 날이 거의 없다. 집에서도 양말을 신고 있을 때가 많고. 샌들이 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버켄스탁은 냄새날 것 같아 싫고, 고무나 폴리, 비닐 재질은 땀 찰 것 같고, 물에 젖어도 깨끗이 잘 말라야 하고, 밑창이 얇아서 길거리 먼지가 다 통행하는 그런 신발도 싫고, 뒤꿈치를 감싸지 않는 형태는 따그닥따그닥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데다가 여차할 때 제대로 뛸 수 없어서 싫고... 그렇게 고르다 보니 신을 만한 샌들을 찾지 못해 여전히 컨버스 따위로 여름을 나고 있다. 여름엔 어떤 신발이 좋을까. 겨울은 겨우 떠나보냈는데 여름은 또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