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글방 희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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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월 / 공집합 속으로 / 긴개

긴개 2022. 1. 10. 21:40





속한 모든 집합에서 벗어나고 싶다.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깊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 현대인의 미덕이라 여겼다. 괜히 사적인 연을 이어나가려 했다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까 걱정도 했다. 그런데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함께 돈도 벌고 프로젝트도 이뤄나가고 있는데, 정으로 만난 사람들에게선 날이 갈수록 뭐 하나 얻어가는 게 없다는 삐딱한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콩고물을 바라며 누굴 사귀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말 할 자격이 없지. 난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믿어. 함께 있을 때 즐거울 수 있기만을 바랐던 사이에서 왜 즐거움마저 얻을 수 없을까.

스스로를 가엽게 여기는 것만은 징그럽고 짜증나는 일이니까, 시퍼런 칼날 같은 농담으로 바꿔 흔들고 던져버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 내 문제에서 눈을 돌려, 작은 목련 봉우리를 주렁주렁 단 저 나뭇가지에나 미쳐버렸으면 좋겠다. 스트레스를 잘 쌓아두지 않는 긍정적인 사람인줄 알았더니 요즘은 심장이 자꾸 쿵쿵 뛰어서 애꿎은 커피만 멀리 한다. 며칠 동안 빨래를 개지 않고 잊고 있다가 문득 옆을 보니 건조대에 걸어둔 검은 티셔츠에 먼지가 앉은 것을 알았다. 배고파서 배를 채웠더니 위 속의 음식이 어째 무거운 추가 되는 것 같아. 퇴근 시간까지 끝나지 않는 회의는 사실 별 것도 아닌데, 몸을 가만히 둘 수가 없어서 계속 스트레칭을 했다. 가까스로 풀어낸 몸이 도로 꼬이고 조인다.

귤이 먹고 싶어 한 바구니 담아 왔더니 상한 것이 많았다. 만지기도 싫어 냅뒀더니 그 옆에 있던 귤도 썩었다. 귤이 많이많이 먹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