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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발레 (2)
성북동 글방 희영수
벌써 아홉 달째 발레를 배우고 있다.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거나 퇴사를 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다. 그동안 허벅지 앞 근육이 단단하게 자리를 잡았고 복근도 선명해졌다. 이제는 꼿꼿이 선 채 엄지 발가락으로 방의 전등 스위치를 켤 수도 있고 발 끝으로 고양이를 쓰다듬을 수도 있다. 영화 에서 주인공 베아트릭스는 수년 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다음 쇠약해진 몸의 근육을 깨우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는데, 이때 맨 처음 시도하는 것이 바로 발가락 구부리기이다. 그녀는 몇 시간 동안 트럭 안에서 발가락 하나하나를 굽히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린다. 영화 볼 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던 그 장면은 발레 첫 시간에 불현듯 다시 떠올랐다. 이제껏 살면서 발가락을 구부릴 일이 없었단 나의 발가락 근육은 혼수상태..
열여덟 살짜리가 쓴 진로계획서 그 종이 쪼가리 어느 구석에 미래에 대한 구속력이 있었으랴. 사회생활 데이터가 부족한 당시의 상상력으로는 공무원/회사원/선생님/자영업 이외의 직업군을 떠올리지 못했다. 그 외의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번다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줄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미술대학에 가겠다는 결정은 상기한 직업의 범주에서 벗어나 마치 제3세계로 망명하겠다는 선택처럼 비장하면서도 무책임한 각오가 필요했다. 내가 미술학원에 매달 45만 원가량을 꼬박꼬박 납부하며 미지의 미래를 위해 오른쪽 어깨 근육을 혹사하는 동안 어떤 친구는 뜬금없이 발레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뜬금없기로서는 내가 미술대학에 가겠다고 선언한 것과 피차일반이었을지 모르나, 아무것도 모르던 고2의 눈에도 발레를 배워 돈을 버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