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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24.6.12. 독일 철학에 이바지한 펌퍼니클 이야기 본문
펌퍼니클 맛없다. 분명 생긴 건 그렇지 않았다. 짙은 나무 껍질색에 콕콕 박힌 견과류를 보고 있자니 입에 넣기도 전에 고소할 지경이었다. 불안은 빵칼로 그 속을 쑤실 때부터 피어났다. 부드럽게 썰릴 줄 알았던 빵은 칼의 움직임에 따라 모래알처럼 바스라졌다. 좀체 좋아하지 못할 식감일 것을 예감했다. 식감보다 놀라웠던 것은 맛이다. 시큼했다. 신 빵가루가 입 안의 물기를 죄다 빨아들여 급하게 커피를 홀짝였다. 둘이 섞이니 더 텁텁했다. 이건 몸에 좋은 빵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선 비싼 재료를 들여 공연히 만들 필요가 없다. 이렇게 억지로 먹어야 하는 맛이라면 없던 병도 낫게 해줄 것같다.
두 조각 썰어 한 조각을 먹다말고 근처 빵집에 가서 얼그레이잼을 샀다. 주먹만한 병 하나가 구천 원이다. 비싸서 살 엄두가 나지 않던 잼인데 개노맛펌퍼니클 덕분에 구매할 결심이 생겼다. 펌퍼니클을 삼키려면 얼그레이잼 한 숟갈로는 택도 없다. 펌퍼니클 만오천 원, 얼그레이잼 구천 원. 도합 이만사천 원 내고 오만상 찡그리며 먹는 건강한 브런치. 독일 사람들이 이 빵을 먹고 심각해졌기 때문에 독일 철학이 발전했다고 해도 믿을 수 있겠다. 혹시 몰라. 난 항상 남들보다 한 발짝 늦는 편이었으니까 몇 달 뒤엔 없어서 못 먹을지도. 일단 오늘은 맛없었다. 아직 사분의 삼 펌퍼니클이 남아있다. 분명 맛있을 것 같은 이름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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