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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808 일 / 가사운동 / 긴개 본문
많은 양의 쓰레기를 버렸습니다. 처음부터 쓰레기로 태어난 존재는 없었습니다. 새 물건으로 저에게 왔던 하나하나들이 푸대접을 받다 못해 쓰레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함께 해도 더이상 즐겁지 않은 물건들을 쓰레기로 명명하고 대용량 쓰레기 봉투에 쑤셔 넣었습니다. 상해버린 조미료나 양념 등을 오래된 통에서 분리하고 설거지를 했습니다. 폐 구석구석에 달라붙은 타르처럼 떨어질 생각을 않는 기름때들을 부엌 구석구석에서 쫓아내느라 팔이 아팠습니다. 이사 올 때 서랍에 차곡차곡 퇴적되었던 유적들도 매몰차게 내버렸습니다. 무언가를 소비하는 즐거움도 분명히 있지만 이렇게 소멸시키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습니다. 다른 것보다 청소는 쉽게 몰두할 수 있고 잡생각을 떨쳐내줌으로써 가사노동보다는 가사운동에 가깝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함께하는 사람이 있을 때 훨씬 즐거운 것도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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