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글방 희영수

0620 일 / 베스트 프렌드 vs 여러 느슨한 친구들 / 긴개 본문

2021-2023 긴개

0620 일 / 베스트 프렌드 vs 여러 느슨한 친구들 / 긴개

긴개 2021. 6. 20. 23:36


한 사람을 베스트 프렌드로 정해두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던 날이 있었다. 나의 많은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다는 것이 엄청난 행운이니까. 그래서 한 친구와 거의 듀오로 활동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 친구가 20년부터 공부에 전념하기로 했다. 방해하고 싶지 않아 연락을 자제했더니 처음엔 친구가 바닥난 기분이 들어 허전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한 자리를 생각지도 못한 여러 친구들이 새롭게 채우고 있다.

한 명을 제1순위로 세워두면 모든 활동을 그 사람한테 먼저 맞추고 나머지 사람들을 정하곤 했다.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의 종류에 따라 함께할 사람을 떠올리게 되었다. 한 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가치관이 비슷해지곤 했는데, 지금은 새로운 혹은 이전에 알았으나 새삼 다시 친해진 친구들의 다양한 가치관을 접하며 좀 더 느슨하고 열린 사람이 되고 있다. 나를 보다 객관적으로 봐줄 사람들이 많아지고 나니 좀 더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가 어딘가 신기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우리의 거리가 서로에게
최선이었을까? 분명 얻은 것도 너무 많고 갚을 것도 많지만, 내가 친구에게 그동안 좋은 영향을 주었는지 알 수 없어서 다시 만날 날이 조금 겁나기도 한다.

그 친구도 내가 잠시 비운 자리를 새로운 사람들로 채우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지 궁금하다. 너무 만족해버리면 안 되는데…! 나를 보고싶어 했으면 좋겠는데!

10대, 20대, 30대의 친구 관계가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양상을 띄며 내게 끊임없는 영향을 주었다. 10대 때 학교에서 우르르 몰려다닌 철 없던 무리들, 20대의 베스트 프렌드, 30대의 여러 느슨한 친구들. 매번 더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되는 것 같아 참 다행이고 감사하지만 나는 또 그 중간에서 어떤 사람인지, 잘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