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글방 희영수

0417 토 / 잠을 많이 잔 날에 찾아오는 두통 / 긴개 본문

2021-2023 긴개

0417 토 / 잠을 많이 잔 날에 찾아오는 두통 / 긴개

긴개 2021. 4. 17. 23:51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열 나고 기침하는 증상은 없다.
대개 온종일 누워있던 날에 생기는 두통.

오늘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아침 먹고 누워 자고
점심 먹고 누워 잤다.
느즈막히 저녁을 먹으니 속도 울렁거린다.
머리도 아프고 몸도 무거워.
만날 사람들도 많고 해야할 일도 많은데
부담스럽고 피곤했다.

비생산적인 날 겨우 하루 보낸다고
죄책감 갖지 말자- 생각했지만
결국 그렇게 보낸 하루가 기쁘지도 않다.
가까운 카페라도 갈 걸.
책이라도 읽을 걸.

집에서 논다고 마냥 편하지는 않다.
청소거리는 매 순간 새롭게 생겨나고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집중이 어렵다.
산만하고 외로운 채로 부스럭 거리다가
도피하듯 잠을 자고
무서운 꿈을 꾸는
이 악순환!

머리가 아파서
놀아달라고 다가오는 호두가 반갑지 않다.
미안 호두야
생각해보면 요즘
멀쩡한 날에도 열심히 놀아주지 않았지.

가끔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외향적인 사람으로 여기다가
단 하루라도 온전히 혼자 있게 되면 새삼 놀란다.
음울한 기분으로 보낸 날도 많았건만
쏙쏙 선택해 삭제해버린 것처럼
기억 하지 못하다가
이렇게 물밀듯 한꺼번에 떠올라서.
토하고 싶은데
위액이 자주 역류하면 건강에 나쁘니 참는다.

오랜만에 아쉬운 하루를 보냈다.
이런 날이 잦지 않다는 것에 감사해야지.
또 이런 날 올텐데
그럴 때 잊지 않고 잠시 카페라도 다녀오자.
멀리 힘 빼지 말고
슬리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