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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113 수 / 전시공간 《cut! cut! cut! - index》 / 긴개 본문
1.
전시장에 들어서서 흰 면을 채운 이미지들의 가로 세로 나열을 접하고 당황했지만 일단 평온한 표정으로 플라이어를 집어들었다. 이미지들의 첫 인상이라고 해봤자 대체로 '????'이기 때문에 최대한 텍스트 먼저 읽고 보물찾기 하듯 감상하는 걸 선호한다. 플라이어에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라고 쓰여 있는데 그 전에 눈이 먼저 자연스럽게 방향을 좇는다.
최근 라 사장과 전시가 어떤 매체를 통해 이루어 지는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부분은 전시를 먼저 열고 그 다음에 파편만 도록에 옮겨 책을 아카이빙 용도의 굿즈로만 인식한다. 라 사장은 책이라는 2D 공간만으로도 충분히 예술 작업을 전시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현실 전시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는 그런 책들을 만드는 출판사를 만들자고 했다. 그게 바로 태동하고 있는 null... (나만 잘 하면 된다...)
홍대입구역 가까운 전시공간에서 열린 《cut! cut! cut!》이 갖고 있던 생각에도 그와 비슷한 구석이 있어 집중해서 읽었다. 전시가 거쳐가는 3가지의 매체(가상 시뮬레이션, 물리적 전시공간, 웹 혹은 도록)가 각기 다른 프레임을 갖고 있는 탓에 하나의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 넘어갈 때 최초의(?) 이미지는 재구성되고 파편화된다. 《cut! cut! cut!》의 참여작가들은 이러한 프레임에서 최초의 이미지가 마구잡이로 잘려나가지 않게 계획하고 각자가 생각하는 틀의 해석을 표현하고자 했다. 아래 사진 속 글에 따르면 나는 《cut! cut! cut!》 시리즈가 거쳐온 '웹 - 지면 - 물리적 공간' 중 물리적 전시를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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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곱 작가들의 작업이 위에서 아래로, 한 작업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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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는 그 중 주슬아 작가님의 작업을 보고 싶었다.
작품이 계속해서 다른 frame으로 옮겨지는 이 전시에서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주슬아
"이번 작업은 애니메이션 <보석의 나라>에서 주인공 포스포필라이트가 계속되는 전투로 인해 부서지고 재생되는 과정을 반복하며, 싸움의 이유를 찾는 여정 중에 본래의 모습이 사라지는 장면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작품은 포스포필라이트가 싸움의 이유를 찾는 중요한 장면의 스틸 이미지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편집해 3D 프린팅하고 기념비처럼 보일 수 있게 바닥에서 천장까지 수직으로 배열했다. 작품이 계속 다른 프레임(frame)으로 옮겨지는 이 전시에서는 작품의 높이로 인해 온전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특성을 이용해 보려고 한다. 즉 카메라가 수직으로 작품을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보는 시점을 이용해 형태가 평면에서 왜곡되는 모습을 생각했다."
『SEAWEED』 7호에서 발췌
('바닥에서 천장까지 수직으로 배열했다.'는 제주도 새탕라움에서의 전시)
아래 사진은 '전시공간'에서의 설치.
작가님에게 frame이란 어떤 것인가요?
주슬아
"애니메이션 혹은 만화를 보면 인상 깊은 장면(scene)들이 생긴다. 시간이 지난 후 그것을 다시 떠올리면 특정 장면이 머릿속에 짤(meme)처럼 나타난다. 재생되는 영상을 보며 특정 장면을 인식한다면, 그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트리거(trigger)는 가장 중요한 표현과 대사가 담긴 하나의 프레임(frame)이다. 나는 이 하나의 프레임으로 장면을 떠올려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양상과 표현들에 관심이 있다.
(여기에서 '프레임(frame)'은 영상에서 초당 연속되는 가장 작은 단위의 이미지인 '프레임(frame)'으로 사용했다.)
『SEAWEED』 7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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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시는 2020년 1월부터 1년 간 이어져왔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심히 파고 들어야 이미지들이 매체를 넘나들며 1년 동안 존재해온 양상을 좇을 수 있다. 이 전시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가지 방식의 전시로만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보가 인스타그램의 작은 화면과 답답한 '프레임' 속에 갇힌 글로 주어지기 때문에 눈도 아프고(하루만에 다 보려 해서 그렇겠지만,,) 한 번에 알기 어렵다. 전시를 보고 열의를 다해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렇게 느껴진다면 관심이 덜한 사람에게는 더 멀게 느껴질 것이다. 시간적으로도 웹과 지면, 물리적 공간적으로도 자꾸만 멀어지는 이 전시를 붙잡고 싶다. 1월 14일에 마무리 되는 이 전시를 13일에 보고 부랴부랴 적어두고 있다. 완벽하게 이해한 작업은 하나도 없으나 기록하는 나 대견하고 웃겨. 그래도 칭찬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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